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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umis AI가 요약한 글
- 나는 객관적인 조건을 따져가며 만나는 사람들을 봤고, 솔직히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지만 연애를 하면서 결혼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그 후 즐겁게 연애를 시작했고, 그와의 행복한 시간 속에서 사랑이란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다른 그와 헤어지게 되었다.
-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다른 남자와의 헤어짐은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사랑했기에 후회는 없으며 꿈같았던 겨울을 보낸 뒤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 겨울 밤의 꿈
인터넷 유명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글들이 있다.
두 명의 프로필을 간단히 정리해서 올리고, 어느 쪽이 더 괜찮냐 사람들에게 묻는 거다.
왜 자신이 만날 사람을 결정하는데 이름도 모르는 대중들의 조언이 필요할까?
지금은 안다.
그건 누구에게도 강렬한 끌림이 없어서다.
이 감정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지 헷갈려서다.
누굴 만나도 비슷한 감정이니 객관적 조건이라도 맞춰서 만나자 싶어진 거고.
그 무엇도 포기하지 말고 까다롭게 사람을 보라는 조언을 듣자니
아무도 못 만났는데 나이만 먹고 시간만 낭비할까 두려워서. 돌이킬 수 없을까 봐.
시간은 공평하고 기회는 한정적인데 실패는 하고 싶지 않아서.
연애를 정리하고 많은 책을 읽었다. 인간 관계에 관한 동영상 강의도 찾아봤다.
대부분의 비극은 '결혼이 종착지'라고 착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사람들은 연애의 끝을 결혼이라고 집착하는데, 실제 끝은 헤어짐이라는 말이 강렬히 다가왔다.
결혼은 중간 단계일 뿐, 두 사람의 관계는 죽음으로 인해 헤어지는 게 진짜 끝이라는 거다.
이해가 되니 마음이 한결 안정됐다.
이 나이 먹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봤는데 무슨 결혼이야.
어차피 늦은 거 사랑하는 사람과 즐겁게 연애부터 해봐야지.
요리 원데이 클래스도 나가고, 독서모임에도 참석했다.
역시 소개팅보단 자만추가 최고라며 취미와 사람 만나기를 같이 했다.
그러다 호감가는 사람이 생겼다. 참 밝은 사람이네. 처음엔 그게 시작이었다.
몇 달을 봐도 늘 밝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장난이 많지만 무례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있으면 늘 웃음이 났다.
어느 날, 내 마음을 눈치채고 친구가 식사라도 한번 해보라며 다리를 놔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야. 나머진 둘이 알아서 해.”
그 알아서 하라는 말은 오로지 나에게 달렸단 것이렸다?
‘오냐. 네가 나한테 안 넘어오고 배기는지 한번 보자’ 드디어 실전이다.
적극적이지만 자연스럽게. 의도했지만 티 나지 않게.
글로 배운 온갖 플로팅 기술을 그에게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시전했고
어색한 기류만 흐르던 그 남자의 마음이 조금씩 변하는 게 보였다.
“나 너한테 빠진 거 같아”
한 달 뒤, 그는 사랑을 고백했다.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났다.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웃음 나고 행복했다.
굿나잇 인사를 한 뒤에도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었다.
드디어 나도 사랑을 한다. 이렇게 가슴이 뛰고 설레어 잠 못 이루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꿈인가? 감동이 벅차 올랐다.
내가 오롯이 사랑을 해보니 지금껏 남자들이 왜 그토록 매일 보고 싶어 했는지 이해됐다.
계속 손을 잡고, 스킨십 하고 싶은 감정도.
미안하다 이제 알았다.
“너는 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아.”
글과 이론으로 배운 능숙한 연애스킬과 실제 모솔에서 나오는 묘한 괴리감을 팔색조 매력으로 오해하며 그는 나에게 더 빠져들었다.
영원할 것만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 추측으론 화이트 데이.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며 하룻밤을 거절한 이후 그는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았다.
늘 밝던 그의 얼굴에 가끔씩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마냥 좋다고 연애하다 문득 현실을 깨달은 듯.
“나 아직 결혼 생각이 없어. 집에서 서두르라고 하는데. 자꾸 스트레스 주지 말라고 말씀드릴 거야.
모아둔 돈도 없고 앞으로 몇 년간은 결혼 안 할 건데, 널 좋다는 이유로 붙잡기엔 시간이 아깝잖아.
네가 좋으면 계속 만나고, 안되겠으면 그만 정리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데이트 끝나고 배웅해주는 버스 정류장에서 그가 던진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가 결혼하자 했나? 어이가 없네.
처음엔 분노가 폭풍처럼 일었지만 어쨌든 그는 솔직히 이야기 했고, 결정권은 나에게 넘어왔다.
“그렇게 잘 만나다가 갑자기. 말이 그렇지 너랑 미래를 생각하고 있지 않단 소리잖아.”
“내가 은연중에 결혼을 암시했나 되짚어 봤어. 분명 그런 얘긴 꺼낸 적이 없거든”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무슨 얘긴지 알았으니 생각해 본다고 했지”
“생각은 해봤고?”
“분명 그 말 듣기 전에는 너무 행복하고 도파민이 뿜어져 나왔었거든? 근데 갑자기 찬물을 싹 끼얹은 느낌이야.”
“네가 비혼 주의면 생각할 것도 없지. 그런데 아니잖아”
“만나면 너무 설레고 즐겁고 행복했는데, 얘기했잖아. 철없는 면이 있어서 가끔 불안했다고.”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내 경험상 한번 말 나오면 양쪽 다 마음이 뜨더라. 그만 정리할까 봐.”
결혼 생각 없으니 즐겁게 연애하자 붙잡을까. 그냥 헤어질까. 수 십 번 고민했다.
잘 만나다 헤어짐을 상상해 보고, 결혼생활도 상상해 봤다. 내가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그 수많은 고민의 끝은 헤어짐이었다.
내년이면 서른다섯. 미래 없이 연애만 하기엔 내 젊음이 아까웠다.
“본인 욕심만 부리면 진짜 쓰레기라고 강조하더라.”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도 이기적이고 비겁해.”
“응, 나쁘진 않은데 비겁했지.”
“이제라도 털어놓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어리석기도 하고 암튼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라 다행이다.”
“서로 금사빠라고 욕하다가 울다가 웃다가 난리였어”
“그래도 잘 정리했다. 서로에게 좋은 거 같아. 그 남자도 이제 정신 차리고 더 열심히 살 거고, 너도 좋은 추억 남았고”
“근데 나... 정말 너무 행복했어”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웃으며 그를 보냈다. 내 웃음에 그가 더 괴로워 보였지만.
베프와 했던 약속이 있다. 애인이 생기고 100일이 지나면 서로에게 인사시켜 주자는 거였다.
둘 다 하도 긴 연애를 못해서 만든 약속이었는데, 친구는 나에게 인사시켜준 남자친구와 결혼했고
나의 진짜 첫 연애가 100일을 몇 주 앞두고 끝났다.
사람이 어떤 일에 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하면 미련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난 최선을 다해서 그를 사랑했고,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가끔씩 눈물이 터지면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울음소리를 같이 흘려보냈다.
후회가 없다고 슬프지 않은 건 아니었으니까.
꿈 같은 겨울을 보냈다.
이제 그만 꿈에서 깨 즐겁게 즐기라 봄이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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